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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간 엿보기 - 윤정미
최은주 (기자), 『Photonet』(2002년 11월)

 

그녀가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동물원 사진부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물원'사진 작업을 해나가면서 동물원이란 공간이 사람 사는 공간 시스템과 유사함을 느꼈다. 시선 하나로 모든 통제가 가능한, 이상적인 권력 장치인 판-옵티콘(pan-opticon)적인 동물우리의 공간배치구조는 통제 시스템 안에서 항상 감시당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사회구조를 연상케 한다. 또 동물원이라는 것도 왕족이나 귀족들이 식민지화 한 이국적인 땅에서 특이한 동식물이나 전시하여 권력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생겨난 것이 동물원이다. 제도화된 사회에서는 교육이라는 것을 포함하여 감옥의 형태는 변화하고 있지만 지문,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으로 권력에 의해서 통제 받는 것과 유사하게 동물들은 동물원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통제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진에는 동물들의 재미있는 모습이라든가 유머스러운 면, 우리가 유년시절 느꼈던 추억과는 거리가 멀다. 적막하고 음침함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우의 시선을 방황하게 만든다. 동물들의 재롱이나 어슬렁거림으로 부산해야 할 동물원이 전혀 다른 공간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연사 박물관'작업은 동물원작업을 하면서 입구에 자리잡은 표본실을 찍으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살아있지만 표본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감 출 수가 없었다. 표본실의 동물들은 죽어있고 동물원의 동물들은 살아있지만 인간들이 편리하게 분류해 놓고 통제해 놓은 것들에서 유사성을 느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립자연사 박물관이 없고,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협소한 장소에 많은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동물과 식물을 같은 장소에 배치를 해 놓고, 그 대학의 상징물의 동물인 사자를 학교의 이미지와 맞게 웃는 모습으로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배경아래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것, 또 한국 호랑이와 미국 늑대를 한 곳에 배치시켜 키치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빠른 근대화로 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인사동 시리즈'는 지금도 계속 작업중이다. 인사동과 내곡동시리즈는 전시기획자로부터 제의를 받고 시작하게 되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작업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까 하는 고민 끝에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 각자의 일터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다. 배경이 되는 일터에 진열된 물건이라던가 환경을, 조리개를 최대한 조여서 세밀한 부분까지 뚜렷하게 보이도록 촬영을 하였다. 그런 사진들은 상접에 진열된 물건과 인물들이 섞이기도, 또 묻혀서 두드러지지 않기도 한다. 찍혀진 사진들은 가만히 살펴보면 그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건, 환경 등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인상과 복장 등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모습과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동물과 곤충들의 세계에서 사진의 모습을 감추려는 보호색으로 자신을 감추는 것과 비슷하다.
인사동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인터뷰들을 통해서 인사동이라는 곳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곳에서 그곳의 삶의 치열한 현장으로 생계와 연관을 지어서 바라보게 되고, 사적인 내러티브를 싣고자 한다. 인사동이라는 소위 전통의 거리는 외국인들의 지정된 관광코스이기는 하지만 국가적인 큰 시련이었던 IMF를 겪으면서 전통적인 것들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만들어진 작은 소품들이 가게 앞 가판 진열대를 메꾸었고 차 없는 거리로 지정이 되고 사람들이 찾으면서 더욱 전통은 사라지고 가짜 전통을 파는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인터뷰들과 사진 작업들을 ‘현실문화사'에서 ‘서울, 생활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녀는 현재 쌈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4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매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에 그런 것들을 이용하여 전용석과 공동작업으로 ‘공공의 꿈, 종로'를 비디오와 디지털사진 등으로 작업하였으며, 새로운 작업에 대한 고민과 보여주기에 급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진지함을 보여주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