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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전용석

 

윤정미가 시선을 두는 장소는 동물원이다.
물론 우리는 ‘사진 없이'도 동물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의 사진에 개입되는 시선도 스스로 개진하는 바에 의하면 사진 외부에 존재하는 주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즉, 그곳에 갇힌 동물과 자신을 대체시켜보는 적극적 투사에서 시작된 일종의 자기응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종의 메타적인 시선이라고 할 만한 관점들, 권력과 제도화를 통한 권력의 재생산, 일과 놀이를 배분하는 추상적 사회조직, 그리고 그런 것들의 틈새를 채우거나 미끄러지는 심리적 은유와 환유 등에 과연 그의 ‘사진 없이' 이야기 할 수는 없는가. 이렇게 질문해 보면 그의 시선이 사진 외부의 지향적 의식을 보완하는 - 언어와 이미지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면서 빚어내는 인식의 고양과 같은 정석대로의 논법에 기초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적막한 장소선택과 톤의 대비, 격렬하지 않은 구도 등이 사진의 외부를 향한 지향을 억누르는 요소로 작용한다. 모든 그림은 자화상이라고들 하지만 사진을 통해, 그것도 재현을 둘러싼 작가와 관객의 공모관계에 분명히 의지하면서도 이를 빠져 나와 피사체에 감정이입하는 작가의 시선을 느끼게 하는 것이 나로서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어떤 이미지이건 이미지의 이중성-매개로서의 숙명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가진다. 윤정미의 시선도 그런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매개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매개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은 다르다는 점에서 그의 시선의 체계성과 복합성을 다각도로 따져보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