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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대하여
윤정미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규정하고 정리하고 계열화 시켜냈다. 그래서 인간은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규범을 정하여 사회를 구성했다. 이는 인류가 꿈꾸던 이성적이며 이상적인 사회였으며 그 속에서 유토피아를 찾아내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내고 유지시켜왔던 여러 가지 제도와 장치는 역설적이게도 그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구를 발전시키게 된다. 감시카메라, 인공위성사진, 주민증 사진 등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사회적 장치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장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조정하고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실행된다. 그리고 이것은 근대 이후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기구와 장치들 속에서 집행되면서 우리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은 인간의 영역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 역시 인간들이 제시한 이론에 의해 규정되고 정리되고 구분되어 전시된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이러한 체계와 제도가 실현되는 곳이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 혹은 자연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정의내려진 규범 혹은 이론이 구현되고 있는 사회적 공간이다. 여기에서 동물원의 이중적 성격은 드러난다. 어릴적 소풍을 가던 공간 - 그러니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유 욕망, 쾌락, 유희를 채워주는 공간 -과 자연에 대한 학습의 공간 - 그러니까 동물학이라는 과학적 근거에 의해 생산되고 유지되는 공간 -이라는 이중적 성격이 동물원이라는 장소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듯 이중적 모습은 우리에게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본인은 사진을 통해 ‘동물원이란 무엇인가?', ‘동물원은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 무엇을 감추려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것은 동물원이라 이름 붙여진 장소/공간이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가시성(visibility)와 그 가시성 속에 숨어 있는 비가시성(invisibility)의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는 동화책에서, 교과서에서 보고 배운 동물들의 모습과 이름을 동물원을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동물원에서 우리는 동물과의 유사성과 차이를 인식하게 되고, 이것은 또한 이전부터 주입받아 온 짐승들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동물원이란 식물원,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과 마찬가지로 기존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장치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본인은 직접적으로 보이는 공간(가시성)과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라는 측면을 감추고 있는 숨어있는 공간(비가시성)이라는 이중적 모습의 동물원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이데올로기의 생산과 그에 의한 비가시적 효과는 공간배치를 규정해주는 메카니즘에 의해 창출된다. 시선 하나로 가동되는, 이상적인 권력장치인 판-옵티콘(pan-opticon)적인 동물우리의 공간배치구조는 통제 시스템 안에서 항상 감시당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사회구조를 연상케 한다. 물론 판-옵티콘의 구조가 그대로 동물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판-옵티콘과 동물원의 근본적인 차이는 동물원은 동물들에 대하여 주체생산효과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며 건축적 구조에 있어서도 판-옵티콘 구조로 된 감옥이나 동물원은 실제로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그와 유사한 시스템으로서 감시와 훈육, 분류와 체계라는 구조의 잔재가 현대사회의 곳곳에 남아있다.

이러한 의식하에서 동물원을 촬영해 나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동물원에서 쉽게 포착할 수 있는 동물들의 재미있는 모습이라든가 유머스러운 면, 우리가 유년시절 동물원에 갔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추억이 되살아나는 그런 아름다운 느낌 등을 지양하고 어둡고 칙칙한 실내우리나 지저분하고 삭막하며 인공적인 공간의 답답함 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동물이 없는 적막한 실내우리를 촬영하기도 하였으며, 공간만으로 본인의 주제가 드러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동물이 프레임 안으로 조금씩 드러나게 하였다.

카메라는 정방형프레임인 핫셀브라드를 사용하였는데 그 이유는 크게 확대하여 인화하였을 경우 입상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며, 정방형의 꽉 짜여진 구도는 경직된 느낌을 사물에 주어 객관적이며 차가운 시선을 표현하는데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형카메라는 대형카메라가 주는 깊이감과 소형카메라의 주변환경에 대한 유연한 기록성이라는 두 가지의 특성을 절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동물과 그 동물이 가둬져 있는 공간을 촬영하기에는 보통 80mm 표준렌즈를 주로 사용하였지만, 좁은 실내우리에서 원근감을 최대한도로 살리거나 혹은 인간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연상시키는 연극 무대와도 같은 실내우리를 표현하고자 할 경우에는 인간의 시야보다 더 확대된 각도를 보여줄 수 있는 광각 계열의 40mm렌즈를 사용했다.

동물원 시리즈의 경우 필름은 흑백필름을 사용하였다. 이는 칼라필름을 사용하였을 경우 칼라가 주는 밝고 화려함이 본인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흑백필름 중에서도 하이라이트 부분과 암부의 디테일이 잘 살아나며 롤지로 확대하여 인화하였을 경우에도 비교적 입상성이 좋은 상품인 Tri-X를 선택했다. 인공조명은 따로 쓰지 않았다. 이는 어둠침침한 어두운 실내에서도 동물원 우리의 천장의 창문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빛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공조명보다는 자연광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야외의 경우 대부분 정상(Normal)으로 현상하여 인화시 다징과 버닝으로 조절하였다. 실내우리 촬영시에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빛과 어두운 실내의 빛의 격차가 8-10stop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에 그 차이를 줄이고 현상에 무리를 줄이는 한도에서 1 -2 Stop 다운 현상을 하였으며 인화시 다징과 버닝을 적절히 사용하여 디테일을 살려냈다. 인화지는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우울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차가운 색감이 느껴지며, 실내우리와 야외우리의 광선의 차이를 감안하여 콘트라스트를 조절할 수 있는 Kodak Polymax Fiberbase 광택인화지를 사용하였다.

본인은 동물원을 소재로 하여 촬영한 사진을 통해 현대인과 동물, 동물원이라는 공간과 현대사회의 구조 및 체계를 상징적으로 대비시켜, 현실과 욕망 사이의 결핍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모순들 속에서 황량한 현대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이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들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둘러싼 제도와 관습들, 그리고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권력구조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할 것이다.